그런데 1937년 미국에서 쇼핑카트가 처음 본격적으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사용하기를 싫어했습니다.
남성들은 장바구니조차 직접 들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꺼렸고,
여성들은 카트가 아기 유모차를 미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발명자는 사람들이 카트를 쓰게 만들기 위해 가짜 손님까지 매장에 투입했습니다.
쇼핑카트가 필요했던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지금과 비슷한 셀프서비스 슈퍼마켓이 빠르게 늘고 있었습니다.
예전 식료품점에서는 직원에게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직원이 가져다줬습니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는 고객이 직접 매장을 돌아다니며 진열대에서 상품을 골랐습니다.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사고 싶은 물건보다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의 양이 더 적었던 것입니다.
당시 고객들은 손에 작은 바구니를 들고 쇼핑했습니다.
바구니가 무거워지면 아직 사고 싶은 물건이 남아 있어도 계산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슈퍼마켓 사장은 손님들의 행동을 유심히 봤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이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실번 골드먼(Sylvan N. Goldman)이었습니다.
그는 Standard Food Markets와 Humpty Dumpty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골드먼에게 무거운 장바구니는 단순히 고객이 불편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바구니가 가득 차는 순간 쇼핑도 끝났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힘들이지 않고 더 많은 상품을 가지고 다닐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이 쇼핑카트 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해답은 놀랍게도 접이식 의자였다
1936년 어느 날 골드먼은 접이식 의자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의자의 다리 아래에 바퀴를 달고, 사람이 앉는 자리에는 장바구니를 올리면 어떨까 생각한 것입니다.
직원 프레드 영(Fred W. Young)과 함께 아이디어를 실제 장치로 만들었습니다.
초기 쇼핑카트는 지금과 모양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금속으로 만든 접이식 프레임 위와 아래에 별도의 철제 장바구니 두 개를 올리는 구조였습니다.
사용이 끝나면 바구니를 꺼내 쌓아두고 프레임을 접어 보관했습니다.
1937년 6월 4일, 쇼핑카트가 매장에 등장하다
골드먼은 1937년 6월 4일 오클라호마시티 신문에 새로운 쇼핑 방식을 광고했습니다.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이제 무거운 장바구니를 팔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골드먼은 사람들이 당연히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남자들도 싫어했고 여자들도 싫어했다
당시 일부 남성 고객은 카트를 밀면 무거운 바구니도 들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고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습니다.
카트의 모습이 당시의 유모차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밀어본 여성들에게는 장을 보러 와서 또 다른 유모차 같은 것을 밀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편리한 발명품을 만들어놓고도 사람들이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골드먼은 ‘가짜 손님’을 고용했다
여기서 골드먼의 대처가 재미있습니다.
제품을 포기하는 대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를 고용해 실제 손님처럼 매장을 돌아다니며 쇼핑카트를 밀게 했습니다.
직원은 입구에서 고객들에게 카트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매장 안을 보니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일반 고객도 하나둘씩 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HISTORY에 따르면 몇 주가 지나자 골드먼이 운영하던 매장 전체에서 카트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인기였다”고 광고했다
골드먼은 마케팅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첫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도 다음 광고에서는 새로운 ‘장바구니를 들지 않는 쇼핑 방식’이
첫 주말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는 식으로 홍보했습니다.
실제 상황과는 꽤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전략은 효과를 냈습니다.
오늘날 말하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를 1930년대 슈퍼마켓에서 활용한 셈입니다.
그런데 골드먼이 정말 세계 최초였을까?
여기서는 ‘최초’의 기준을 구분해야 합니다.
골드먼 이전에도 장바구니를 쉽게 이동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1910년대 미국의 일부 식료품점에서는 장바구니를 올리는 바퀴 달린 운반 장치를 제공했고, 1920년대에는 바구니가 레일 위를 이동하는 방식도 시도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널리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Smithsonian은 골드먼을 미국에서 초기 쇼핑카트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한 핵심 인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인류 최초로 장바구니에 바퀴를 단 사람”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현대 쇼핑카트의 초기 상용화와 대중화를 이끈 인물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특허를 보면 초기 카트가 얼마나 달랐는지 알 수 있다
골드먼은 1938년 3월 14일 ‘Folding Basket Carriage for Self-Service Stores’라는
이름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미국 특허번호는 US 2,196,914이며 1940년 4월 9일 등록됐습니다.
특허의 목적도 명확합니다.
셀프서비스 식료품점에서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작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 운반 장치였습니다.
즉 초기 쇼핑카트는 지금처럼 커다란 하나의 철제 바구니가 아니라
접는 프레임 + 별도의 바구니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처럼 카트를 서로 포개는 방식은 다른 발명가가 만들었다
현재 마트에서 쇼핑카트를 보관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한 카트가 다른 카트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이 구조를 텔레스코핑(telescoping)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인물은 캔자스시티의 발명가 올라 왓슨(Orla E. Watson)입니다.
왓슨은 1946년 뒤쪽이 열리면서 다른 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1947년에는 실제 슈퍼마켓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골드먼 방식은 사용 후 바구니를 빼고 프레임을 접어야 했지만, 왓슨 방식은
그냥 앞 카트에 밀어 넣으면 됐습니다.
현재 대형마트의 카트와 훨씬 가까워진 것입니다.
쇼핑카트는 마트의 크기까지 바꿨다
카트는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어주는 도구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한 번에 훨씬 많은 상품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매장은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대형 슈퍼마켓과 자동차 문화, 가정용 냉장고의 보급도 이런 변화와 맞물렸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들고 집까지 가져갈 만큼 샀다면, 자동차 시대에는
카트 가득 물건을 담아 주차장의 자동차까지 가져가는 쇼핑 방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Smithsonian은 쇼핑카트를 단순한 운반 도구가 아니라
현대 슈퍼마켓의 쇼핑 방식을 가능하게 한 물건으로 설명합니다.
온라인 쇼핑에도 카트가 남았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철제 쇼핑카트가 디지털 세상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바로 결제하지 않고 모아두는 공간을 지금도
‘장바구니’ 또는 ‘Shopping Cart’라고 부릅니다.
상품을 하나씩 집어 카트에 넣고 마지막에 계산한다는 오프라인 슈퍼마켓의 행동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긴 것입니다.
1937년에 사람들이 밀기조차 싫어했던 물건이 이제는 온라인 쇼핑을 상징하는 아이콘까지 된
셈입니다.
쇼핑카트 역사의 핵심은 발명보다 ‘사람을 바꾼 방법’이었다
쇼핑카트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좋은 발명품이 등장한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골드먼은 고객의 불편을 정확히 발견했습니다.
접이식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결책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것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카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지금은 마트 입구에서 너무 당연하게 꺼내는 쇼핑카트지만,
처음에는 발명보다 설득이 더 어려웠던 물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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